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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이야기/피부 치료 일기

건대 여드름 전문의 성경제 피부과, 레이저시술이 아닌 약과 연고로 치료하는 곳

by 나무늘짐 2020. 3. 4.

[여드름을 앓아오면서]

 

나의 첫 피부과는 고등학교 때 아빠의 소개로 갔던 대학병원 피부과다.

처음으로 여드름과 흉터 레이저를 받고 그 반짝 효과에 지극히 감동을 받았었다.

그때 담당해준 과장님이 개인 피부과 개원을 하셨고, 거기 쫄래쫄래 쫓아가면서 5년 넘게 단골 아닌 단골로 시술을 받았다.

시술이라고 하면, 주로 여드름 압출과 레이저시술이었다.

 

그런데 대학병원에서는 의사처럼 보이던 분이 개인 피부과 원장님이 되시더니

어느새부터인가 내 피부를 장사하듯이 관리한다는 느낌이 점점 강해졌다.

'여드름 레이저를 하고, 이것 때문에 홍조가 발생하니 홍조레이저도 병행하고 그 사이에 진정해줄 수 있는 진정레이저를 받자'는 놀라운 논리로 매번 강매 시도를 했지만, 그럼에도 내가 5년을 다닌 이유는 피부관리실이 청결하고 관리사분들이 좋았기 때문이었다.

어쨌든 원장과 줄다리기를 하면서 레이저는 받지 않고 압출,필링,PDT 같은 마일드한 관리만 받았지만

'치료'가 아닌, 정말 '관리'차원에만 머물고 있다는 걸 깨닫고 뒤늦게 발길을 끊었다.

 

그 외 중간중간 한의원,에스테틱,개인피부샵 등을 다녀보긴 했지만 한시적이었다. 

여드름도 명백히 피부질환 중 하나라고 생각하지만, 어느 곳도 나를 환자로 대하지 않고 고객으로만 대했다.

 

피부과에 환멸을 느끼게 되고 이후로는 개인적인 홈케어에 집중했다.

화장품을 줄이고, 순한 화장품으로 바꿨다.

땀을 빼는게 피부에 좋다니 반신욕도 해보고 운동도 했다.

여드름이 많이 올라올 때는 로아큐탄을 복용하고, 화농성여드름은 근처 피부과에서 염증주사를 맞고, 그 외는 집에서 압출했다.

그러나 피부질환을 스스로 치료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게다가 언제나 불안함을 달고 살아야 하는게 더 스트레스였다.

 

 

 

[여드름 전문의 교수님을 만나다]

 

우연히 알게된 여드름 연고에 대한 글을 파게 됐고, 그 오랜 기간동안 왜 연고를 생각해보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으로 이것 저것 알아봤다.

그렇게 오래 여드름을 앓아왔으면서도 이런 정보를 몰랐던 건

아마 내원하던 피부과마다 시술 권유에만 급급했고, 치료를 제대로 해 준 의사를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러면서 피부과 발길을 끊게 되고 홀로 치료해보자고 모든 귀와 눈을 닫았으니까.

 

그렇게 이것저것 검색해보다 건대 피부과에서 치료받았다는 개인 블로그 글을 보게 되었고, 

여드름 전문으로 약과 연고로만 우선 치료하고, 레이저와 시술은 권유하지 않는다는 말에 방문하게 되었다.

 

 

 

[내원후기]

 

건대역 바로 앞 건물 4층에 있는 크지 않은, 동네 내과 병원같은 분위기의 피부과였다.

여느 피부과처럼 각종 레이저나 할인이벤트 광고물 같은 것들이 거의 없었다. 

병원 홈페이지도 가보면 피부 질환을 전문으로 다루고자 하는 이 병원의 정체성이 잘 드러난다. 

여드름과 각종 치료법에 대한 교수님의 개인적 의견과 방법이 홈페이지 첫 화면에 가득 채워져 있다.

 

평일 저녁에 방문했고 진료 대기는 보통 10-20분정도 됐다.

피부과와 에스테틱이 같이 있는데, 에스테틱 관리까지 교수님이 깊이 관여하지 않는 것으로 보였다.

첫진료 후에 에스테틱 실장과 상담도 하지만, 나는 에스테틱은 받지 않겠다고 하니 교수님이 흔쾌히 알겠다고 하셨었다.

 

 

 

[다시 처음부터 시작된 여드름 치료]

 

나이 지긋하신 교수님께서 혼자 운영하신다. 당연히 피부과 전문의고, 서울대 학사부터 석사 박사를 거쳐 아산병원 피부과 과장, 그리고 하버드 교환교수까지 이력이 대단하시다. 

그만큼 원장님의 말씀 하나하나에 엄청난 확신과 자신감이 묻어나온다. 

 

첫 방문에 언제부터 여드름이 났는 지, 어떻게 치료를 해왔는 지 물어보셨다. 

현재 로아큐탄 처방 받아서 심할때만 먹고 있다고 했다가, 어느 병원이 약 처방해놓고 환자가 마음대로 복용하게 하냐고 발끈하셨다.

돋보기로 내 피부를 여기저기 살펴보고 만져보시면서 피부 문제점을 봐주셨고,

'속상했겠다, 여드름만 좋으면 예쁜 얼굴인데' 등 나름의 위로? 도 해주셨다.

내가 이것저것 물어보는 것에 대해서도 다 대답해주셨다.

듣던대로 연고와 약만 처방해주셨고 기타 시술은 두 달이 되어가는 지금도 전혀 권유하시지 않는다.

 

연고와 약만 처방해주는 피부과는 여기 말고도 많지만, 

이 곳은 일주일, 혹은 이주일 단위로 계속 밀착 진료를 하고 피부 상태에 따라 연고를 바꿔 처방해주시거나, 사용법을 바꿔서 알려주신다.

다른 질환처럼 여드름도 피부 질환으로 보시고, 처방한 효과가 제대로 나는 지 같이 봐주신다는 점이 가장 좋았다.

 

그리고 홈페이지에 온라인 문의 란이 있다.

원장님이 모든 질문에 다 답변해주시기 때문에, 문의사항 때문에 굳이 내원하지 않아도 해결할 수 있어서 좋다.

답변 방식도 정말 원장님답게 하셔서 보는 재미도 있다.

 

 

가장 중요한 치료 효과.

10년을 넘게 병원을 다니고 꾸준히 홈케어를 했던 내 과거가 무색할 정도로,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단 기간에 '기복없이' 효과를 본 곳이다.

그 때만 잠깐 좋아지는 반짝 효과는 여드름에 아무 소용 없다. 

여드름치료의 가장 중요한 건 '그래서 꾸준히 안 나느냐' 이니까.

 

별다른 시술과 자극 없이 두 달 동안 처방 치료만 했고 꾸준히 여드름이 나지 않는 피부로 유지하고 있다.

인생피부과, 인생선생님을 만난 기분이다.

 

 

 

[그럼에도 호불호가 있는 피부과]

 

다른 후기글을 보면 이 피부과에 대해 안좋은 얘기를 하는 경우가 꽤 있다.

나도 이 피부과가 환자에 따라 호불호가 있을 수 있다는 점에 동의한다.

교수님이 워낙 경력이 오래된 만큼 본인만의 확신과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환자 입장에서의 질문이 교수님 입장에서는 반문으로 받아들여져 발끈하실 수도 있다. 

게다가 인터넷이나 귀동냥으로 주워듣고 그것이 진짜인 것 마냥 얘기하는 환자들을 싫어하시는 것 같다. 

'어디서 그런얘기를 들었냐, 너가 나보다 피부에 대해 잘 아냐' 식으로 말씀하는게 어떤 사람들은 환자의 마음을 헤아려주지 못한다고 기분나빠하는 듯 하다. 

 

그러나 나는 오히려 원장님의 근거 있는 확신과 자신감에 더 믿음이 갔고, 꾸준히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리고 이런저런 질문에도 잘 답변해주시고 (나중엔 거의 만담형태가 된다), 무엇보다도 원장님의 치료 효과가 여태껏 가장 좋았다.

 

병을 낫게 하는 병원이 가장 좋은 병원 아닌가. 우리는 정신과가 아닌 피부과를 찾은 거니까. 피부만 좋아진다면야.

오랫동안 거듭된 실패로 피부과 의사에와 여드름 치료에 대한 불신이 쌓여왔지만

그럼에도,

여드름은 제대로 된 의사를 만나, 제대로 된 치료를 받는 게 제일 중요하다는 걸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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