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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RESTAURANT

신라호텔 라연 - 미슐랭 3스타 한정식의 정점이라는 곳에서 모든 메뉴를 경험해보았다.

by 나무늘짐 2020. 3. 26.

국내 제일의 중식당이라는 팔선, 한국 제일의 스시명인이 있는 아리아케,

하다못해 빙수까지 신라호텔의 망고빙수가 단연 빙수계의 1위다.

객실, 웨딩, 레스토랑을 비롯한 거의 모든 항목이 그 분야에서 꾸준히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걸 볼 때마다

신라호텔의 대단함을 느낀다. 

 

국내 미슐랭 3스타는 단 두 곳, 그 중 하나도 역시 신라호텔이다.

신라호텔의 한정식 레스토랑인 라연이 4년째 미슐랭 3스타로 선정되었고,

프랑스 주관의 세계적 미식 가이드인 La Liste 2020 150대로 이름을 올렸다.

 

미슐랭 2스타인 정식당을 방문하고 굉장히 좋은 기억을 가졌던 터라,

미슐랭 3스타의 한식 다이닝은 어떨지 궁금했었다. 

 

그리고 마침 부모님 결혼기념일을 맞아 한정식의 정점에 있다는 신라호텔 라연을 방문했다.

 

사실 권숙수로 예약을 해놨었는데

엄마가 뭘 그리 호사스럽게 먹냐고 '라연이 괜찮다는데 거기 알아봐' 라고 하셨다.

 

녜?

알겠습니다.

^_^

 

 

그래서 곧바로 라연을 예약하고 더 호사스럽게 부모님의 결혼 기념일을 축하하게 되었다.

 

 

 

그 유명한 신라 호텔 로비 시그니처 장식. 

이 사진 올리면 거의 인스타그램 위치태그 수준이다.

신라호텔은 이런 것도 잘해놨어...

 

 

 

 

가장 윗 층인 23층으로 올라가 봅니다.

라연 안내판이 없어서 약간 헤맸다. 심플하게 안내표시가 있으면 좋겠다.

 

 

 

 

 

헤매다가 직원분과 눈마주치고 얌전히 길을 안내받았다.

라연 입구.

미슐랭 3스타와 LA LISTE 선정의 위엄..!

들어가는 입구가 꽤 길고 분위기도 차분하다. 일단 매우 조용해서 엄숙한 분위기까지 흐른다.

신라호텔은 대부분의 분위기가 이렇다. 모던하고 화려함 보다는 클래식하지만 격조 있는 분위기.

그래서 외국 손님 접대나 어르신들을 모시고 오기 아주 딱 좋은 곳이다.

 

 

 

 

 

일주일 전에 예약했는데 남산뷰의 좋은 창가 자리를 주셨다. 

아마 코로나 때문에 지금은 예약이 수월한 것 같다.

룸은 큰 룸밖에 없고 이렇게 가족 단위의 소규모 모임은 홀 예약밖에 안된다.

그러나 테이블 간격이 굉장히 넓고 전체적으로 조용한 분위기이기 때문에 불편함은 없다. 

 

 

 

 

해가 지면 더 예쁠 남산뷰. 

식기 세팅과 메뉴판 디자인까지 딱 신라호텔 스럽다. 

절대 과하지 않지만 차분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

 

 

 

 

출처 : 신라호텔 라연 홈페이지

디너 코스는 연 코스와 신라 코스로 이루어져 있다.

주전부리, 환영음식, 식사메뉴 일부만 동일하고 전부 다른 메뉴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는 여러가지를 맛보기 위해 연 코스와 신라 코스를 나누어 주문했는데 여기서부터가 실수였다.

나눠먹느라 우리도 정신 없었고 직원분들이 나누어 담아주시느라 같이 정신 없으셨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연코스가 가격 대비 훨씬 나았다.

신라코스는 가격이 높은 만큼 고급 식재료 요리가 많이 나왔지만

연코스가 더 친근하고 맛있는 맛이었다.

 

다만 연코스의 메인 메뉴는 닭 숯불구이만 있고 한우 요리로 변경 시 추가 차지가 붙는다. 

연코스 구성에 맞춰 한우요리 하나 정도는 추가요금 없는 선택메뉴로 해주셨음 좋았을텐데 메뉴구성이 약간 아쉽다.

그러나 연코스 메인인 닭 요리도 대단히 맛있었다.

 

우리는 4명이라 메인 메뉴 4가지를 모두 맛보기 위해

신라코스에서 메인 2가지, 연코스에서 하나 한우로 추가해서 주문했다.

 

 

 

 

주전부리는 감태로 만든 부각과 말린 대추가 나온다. 

요리가 나오는 중간중간에 계속 집어 먹었다. 감태 부각은 심심하니 계속 주워먹기 좋았다.

 

 

 

 

 

웰컴디쉬인 명란이 올려져 있는 계란찜.

연코스와 신라코스 동일하게 나온다. 서로 안뺏어먹고 얌전히 본인 것만 먹을 수 있었던 유일한 시간.

계란은 정말 부드러웠다. 명란의 씁쓸한 맛이 나한텐 강했다. 

 

 

 

 

 

연코스-키조개 냉채

우엉 조림과 같이 내어주신 키조개 냉채. 재밌었던 식감.

 

 

 

 

 

신라코스-구절판

구절판은 참 예쁘게 나와서 외국 손님들이 좋아할 만한 메뉴다.

속재료도 알록달록 다양하게 준비되어 나온다. 싸먹기 불편할 뿐.. 그래도 맛있었다.

 

 

 

 

 

연코스-전복죽

신라코스는 도미 냉채가 나오는 순서에 연코스는 전복죽이 나왔다.

이 때부터 연코스의 구성 메뉴가 더 알차다는 생각이 들었다.

쓰인 봄나물은 방풍나물. 나물 향이 은은하니 부드럽고 맛있는 전복죽이었다.

본격적인 메뉴 전에 속을 제대로 달래준다.

 

 

 

 

 

신라코스-도미냉채

된장 소스와 나온 도미 냉채. 사과를 도미로 말았는데 덕분에 더 상큼하고 식감도 좋았다.

회와 된장 소스가 이렇게 잘 어울리다니

 

 

 

 

아직 본식 메뉴 전인데도 이미 해가 졌다. 더 예뻐진 남산 뷰.

 

 

 

 

연코스-육전

파채와 함께 예쁘게 나온 육전. 특별히 맛있진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간도 약했고

 

 

 

 

신라코스-왕우럭조개찜

가다랑어와 조개육수로 맛을 낸 왕우럭 조개찜.

가다랑어 향이 강해서 그런지 육수의 깔끔한 맛을 기대했던 터라 조금 실망했다.

 

 

 

 

연코스-금태양념찜

금태 뼈로 우린 달짝지근한 육수와 함께 금태찜 요리가 나왔다.

금태 살이 굉장히 부드러웠지만 육수는 생선 비린내가 좀 나서 최대한 금태 살만 먹었다.

잔뼈 정리까지 잘되어 있어 먹기 편하고 금태 자체는 아주 맛있었다.

 

 

 

 

신라코스-소고기찹쌀구이

쫀득한 식감의 소고기 찹쌀 구이. 특이하긴 했는데 인상깊은 맛까지는 아니었다.

 

 

 

 

 

 

신라코스-신선로

연코스에는 없는 신선로. 추가금액을 지불하면 연코스에서도 가능하다.

사진을 위해 미리 보여주셨고 넷이 나눠 먹을 수 있게 그릇에 골고루 담아주셨다.

신선로의 맛을 제대로 알지도 못해서 이게 신선로구나 하고 먹었는데 그래서 더 애매모호한 맛이었다.

 

 

 

 

 

드디어 메인메뉴 등장

연코스 추가-석쇠 불고기

달큰하고 맛있었던 석쇠 불고기. 

달콤한 육즙 맛에 몇 점 더 먹었다. '음~맛있네?' 하고 먹을 수 있는 딱 그정도의 맛있는 맛이었다.

고기 자체가 특히 부드럽다거나 육즙이 팡팡 터진다거나 그정돈 아니였고..

 

 

 

연코스-닭숯불구이

의외로 정말 맛있었던 연 코스의 닭숯불구이.

메인 메뉴중 가장 저렴한 메뉴인데 불고기보다 훨씬 맛있었다.

불고기가 딱 상상할 만큼 맛있는 불고기 맛이었다면, 이건 전혀 기대않고 먹었다가 놀란 맛이었다.

닭구이가 보기와 다르게 굉장히 부드러웠고 간도 적당했다. 가니쉬와 같이 먹으니 더 꿀맛

 

 

 

 

 

신라코스-갈비찜

메인 메뉴 중 개인적으로 제일 별로였던 갈비찜.

부드러운 것보다 씹는 맛을 선호하는 편이라면 좋아하겠지만, 부드러운 갈비찜을 기대해서 그런지 좀 질겼다.

갈비찜 소스도 특별할 것 까지는 없었고 고급진 장조림스러웠다.

 

 

 

 

 

신라코스-한우등심구이

한우 등심구이

오늘의 메뉴였다. 완전 하이라이트 메뉴!

어떠한 데코 없이 등심구이 딱 6점 나왔다. 소스는 따로 없고 두 종류의 소금으로만 내어주셨다.

고기 그 자체로 승부하겠다는 게 딱 보여지는 플레이팅.

한 입먹고 아이유 3단 고음처럼 3단탄성을 질렀다.

처음 먹을때의 부드러움에 한번 소리내고,

씹을 수록 안에서 터지는 육즙에 또 한 번,

마지막 씹고 넘기기 직전까지 단계적으로 또 터지는 육즙에 마지막 탄성까지.

그것도 언니랑 같은 타이밍에 동시에 세 번 소리내고 둘이 빵터졌다.

그 정도로 너무 맛있었던 메뉴였다. 

이 등심 한 입을 위해 왔구나, 스러웠던 요리.

 

 

 

 

 

 

 

멍게비빔밥
전복비빔밥

이 외에 육회비빔밥도 선택했는데 사진은 없다. 

먼저 전복 비빔밥은 문어 장을 같이 내어주시고 문어장을 넣고 비벼 먹으라고 안내해주신다.

문어장이 짜지 않아서 다 넣어도 된다고 하셨는데, 그래도 어느 정도 간은 되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다 넣었는데도 전혀 간이 되지 않는 비빔밥이었다. 맹밥에 야채비벼 먹는 느낌.

원체 심심하게 먹는데도 그렇게 느꼈을 정도였다. 도중에 문어장 리필을 해서 한번 더 가득 넣었는데도 똑같았다. 

된장국은 또 되게 진했다. 비빔밥과 된장국의 간 세기가 바꼈으면 좋았을텐데. 개인적으로 제일 별로였던 메뉴.

 

멍게비빔밥은 옆에서 언니가 '멍게비빔밥 별로다' 라고 하길래 한 수저 슬쩍 먹었다가 '윽' 하고 소리냈을 정도였다.

멍게 비린맛이 너무 강했다. 언니는 멍게 걸러내고 밥만 먹었다. 

 

육회비빔밥이 그나마 간도 쫍쪼름하니 적당하고 맛있었다. 

 

이래저래 너무 실망스러웠던 식사 메뉴.

 

 

 

 

 

코스 공통 디저트 메뉴는 우유푸딩 아이스크림이었다. 서빙 후 막걸리 소스라며 부어주셨다.

우유를 좋아하는 아빠는 맛있다고 드셨고,

반대로 우유 싫어하는 나와 언니는 약간 곤욕이었다.

우유 아이스크림+우유 푸딩이어서 같이 먹을 수록 우유 특유의 향을 더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그나마 막걸리 소스와 먹으면 막걸리 신 맛 때문에 우유향이 덜했는데, 아무튼 끝까지는 먹지 못했던 디저트메뉴.

 

 

 

 

 

마지막 전통차와 다과.

전통차는 수정과였고 향이 진했다. 떡이 너무 예쁘게 나와서 기분 좋게 다과를 받았다.

내가 기대한 것보다는 떡이 덜 달아서 차라리 안에 팥 앙금이 있었으면 좋았겠다 싶은 아쉬움이 있었다.

 

 

 

 


 

전체적으로 간이 너무 심심했다. 

재료 자체의 맛을 더 강조하려고 했는 지는 모르겠지만, 심심하게 먹는 나조차도 간이 약하다고 느껴졌다.

그러다보니 요리 메뉴는 인상 깊었던 게 거의 없었다. 

좋은 재료를 깔끔히 썼네, 정도의 감흥뿐이었다. 

또 재료 특유의 향이 지배적이었던 메뉴도 꽤 있었다. 특이하게 이런 향은 꼭 내가 싫어하는 향들이었다.

신라호텔 라연의 재료 활용 방법이 내 취향과 안맞는건가 싶었다.

 

분위기는 단연코 신라호텔이라고 느낄 만큼 고급스럽고 차분했다. 

조용하게 모임을 즐기고 싶다면 아주 적격인 분위기였다. 

 

그러나 직원분들의 서비스는 잘 모르겠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계셔서 더 그렇게 느꼈던 건지는 몰라도

시종일관 무표정이었고(마스크 착용때문에 웃을 필요도 없으셨겠지만) 메뉴 안내도 딱딱했다.

우리가 코스를 나눠서 주문했기 때문에 따로 덜어주시거나, 같이 먹기 편하게 서빙해주시긴 했지만

그게 직원분의 친절이 담긴 서비스라기 보다는 그냥 라연의 매뉴얼 대로 해주시는 느낌이었다.

누군가는 신라호텔의 서비스 친절도가 부담스럽게 과하지 않아서 좋다고 하던데

그래도 8만원 정도의 서비스 차지까지 부과할 정도면 일반 파인 다이닝보다는 친절을 갖춰야 하는게 아닐까 싶다.

 

부모님께서는 기분좋게 잘 드셨다.

신라호텔 라연의 타겟층은 아마 50대 이상 고객과 외국 손님들일 것 같다.

일단 간이 세지 않고, 한국의 클래식한 한정식 메뉴를 가장 깔끔하고도 격식있게 다루기 때문에

젊은 세대들에겐 약간 진부하고 심심하다고 느껴질 수 있을 것 같다. 

요즘 뜨고 있는 미슐랭 한식 다이닝을 보면 퓨전 한식이 주를 이룬다.

분위기도 그에 맞게 모던하고, 식재료와 맛도 트렌디한 곳들.

이러한 한식의 변화 속에서 신라호텔 라연은 여전히 클래식하고 기품있는 한정식을 선보이고 있고,

미슐랭 3스타를 받은 것도 이러한 의미가 강조되지 않았나 싶다.

 

 

외국손님 접대 때나 한번쯤 다시 올 것 같은 신라호텔의 라연 경험기였다.

 

 

 


02-2230-3367

서울 중구 동호로 249

호텔 발렛 파킹 이용, 주차권 제공

예약 필수

(업장에서 신라 멤버십 구매 가능 및 당일 쿠폰 적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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